울산대학교 | 영어영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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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프로그램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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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성장하게 하는 원동력
작성자 신** 작성일 2009-05-21 조회수 1117

모든 것이 나를 성장하게 하는 원동력!


리자이나에 도착한 지 3개월이 지났다. 오늘로서 기말고사도, 수업도 모두 끝나고, 리자이나에서의 가을학기는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다음주 월요일이 되면 3개월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도착했던 리자이나 공항을 이젠 떠나기 위해 찾아야 할 것이다. 졸업파티를 몇 시간 남겨두고 Student Union에서 수기를 쓰고 있자니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졸업파티를 앞두고 들뜬 마음도 있지만, 리자이나를 떠나게 된다는 아쉬움과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들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여름방학때부터 해외연수학생을 대상으로 한 수업을 통해 귀에 닳도록 들었던 캐나다와 리자이나. 선배들이 리자이나에 대해 열심히 설명을 해 줘도, 처음 생활하게 될 외국에 대한 감이 잡히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9 10일이 되기를 기다리며, 부모님께서는 말도 잘 통하지 않을 외국에서 3개월을 보내게 될 딸을 걱정하셨지만, 나는 친구들과 교수님이 함께 출발하기 때문인지 별로 걱정이 되지 않았다. 걱정하기엔 외국에서 보내게 될 3개월이 실감이 나지 않기도 했다. 9 10일 새벽, 난 거의 잠을 자지 않았다. 잠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공항에서는 좀 피곤했지만 비행기에서 푹 잘 수 있었다. 울산공항에서 부모님들과 헤어질 때, 몇몇 친구들은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하지만 가슴아픈 이별의 순간도 잠시, 단순하고 미래 지향적인 우리는 뒤에 남겨둔 가족들과의 이별보다 앞으로 도착할 캐나다 생각에 생기를 되찾았다.
 
장거리 여행은 피곤하지만, 긴 여행을 마치고 홈스테이 가족을 새로 만나는 순간은 피로를 잊을 정도로 긴장되었다. 누가 나와 3개월을 같이 보낼 사람일까, 첫인사는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걱정에 비행기에서 미리 인사말을 외우는 친구도 있었다. 리자이나 공항에서 내 이름을 들고 서 있었던 홈스테이 맘을 찾는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홈스테이 맘의 인상이 너무 좋아서, 어색한 와중에도 안심이 되었다. 나의 홈스테이 맘, 미쉘은 첫인상대로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유쾌한 사람이다. 한국친구도 있고, 집엔 평화라고 쓰여진 한자가 있고, 부처님 조각이 3개나 될 정도로, 동양을 포함한 인류학과 종교학에 관심이 많으시다. 밥과 고추장도 아주 즐겨드셔서 식사시간에는 아주 행복했다.
 
리자이나에 도착한 다음날부터 University에서 모임이 있었기 때문에 곧장 시차적응에 들어가야 했다. 2주동안 울산학생들만을 위한 Preparation Course가 준비되어 있었지만, 아침 9시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일찍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2주 동안은 시차때문에 고생했던 것 같다. 새벽에 자꾸 잠이 깨고, 낮에는 낮잠을 자지 않으면 안됐다. 그렇지만 우리의 Preparation Course를 이끌어가신 2명의 선생님들은 마치 엄마처럼, 할머니처럼 우리를 대했던 좋은 분들이셔서 2주를 참 즐겁게 보냈다. 악기연주와 노래를 잘 하시는 버나 선생님과 춤과 운동을 즐기시는 쉐럴 선생님 덕분에 우리는 캐나다 국가를 비롯하여 여러가지 노래를 배우기도 하면서, 율동도 하면서 즐거운 수업시간을 보냈다.
 
시내탐방과 많은 양의 숙제를 정신없이 하다보니 어느 새 지나간 2. 우리는 본격적인 ESL 가을학기를 위해 반편성 시험을 치뤄야 했다.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로 이루어진 테스트는 우리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했고 저마다 낮은 반에 들어가면 어떻하나 하는 걱정에 호들갑을 떨기도 했지만 다행히 040에 들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040에 들어갔으니 빡빡한 커리큘럼이 기다리고 있을 테지만, 일단 040에 들어갔다는 것 자체에 기분이 좋았다. 2주동안 학과 친구들끼리만 했던 수업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뿔뿔이 흩어져서 외국 친구들과 같이 수업을 들을 때 많이 긴장했다. 우리반은 중국, 한국, 일본, 멕시코, 우크라이나 이렇게 구성되었는데 친구들도 다 친절했고 선생님도 웃음소리가 유쾌하신, 좋은 분이셔서 안심했다. 비록 반 친구들끼리 서로의 악센트 때문에 말이 잘 통하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이 되고 대화가 수월해지기 시작했다. 학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몇주는 빠르게 지나가 중간고사를 치루고, 다시 빡빡한 숙제들과 발표준비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니 기말고사 기간이 되었다. 마지막 주, 수요일에 Class Party를 하면서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도 드리고, 식사도 하고, 게임도 하면서 헤어짐의 아쉬움을 달랬다. 나이도, 국가도, 피부색도 저마다 다른 우리 반 친구들. 어느 하나 못된 친구없이 착한 친구들이라서 3개월을 좀 더 즐겁게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나처럼 이번학기가 끝나면 바로 고국으로 돌아가는 친구도 있지만 대부분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겨울학기도 여기서 보낼 것이다.
 
내가 리자이나 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이 친절하고 외국인에게 호의적이었다. 빅토리아 파크나 밤거리의 Downtown에는 위험한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대학에서 만나는 사람은 어느 정도 교육을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외국인들에게 젠틀하게 대한다. 추수감사절의 Banff 여행도 좋았고, ESL 수업들도 좋았고, 첫 외국 생활의 신기함도 좋았지만, 귀국을 앞두고 내가 가장 좋았고, 아쉬운 것은 캐나다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나의 홈스테이 가족 미쉘과 스테파니, 그리고 거의 우리집에서 하숙하는 것 같이 매일 우리집에 놀러오는 커비, 버나와 쉐럴 선생님, 다넷 선생님, 니콜 선생님 그리고 우리 반 친구들.  제일 큰 재산은 사람이라고 예전에 엄마가 말씀하신 것 같다. 그땐 그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었지만 지금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남겨두고 떠나야 하는 것이 마음이 아픈 것을 보니 조금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리자이나에서 나에게 가장 소중한 기억을 여기서 만난 사람들이기 때문에.

 때로 한국이 그립고 가족이, 친구들이 그리워서 남몰래 눈물흘린 적도 있었지만, 그 모든것이 나를 성장하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하면 힘들지 않았다. 짧은 영어실력때문에 현지인들과 혹은 외국인 친구들과 나누는 깊은 대화는 힘들었지만, 부족한 실력으로 더듬더듬 말하는 짧은 대화에도 그 사람을 알 수 있고, 친해질 수 있어서 신기했다. 언어를 뛰어넘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어떤 커뮤니케이션이 있기 때문일까  하지만 역시 영어의 필요성을 새삼 느끼고 또 느끼는 곳이 외국이기도 하다. 리자이나에서 보낸 3개월은 내 영어실력의 밑거름이다. 한국으로 돌아가서도 계속 열심히 해서, 다시 리자이나에 오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