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현장학습수기 20050105 이*숙
이제 3개월간의 길고도 짧았던 ESL 프로그램도 끝나고, 나를 다시 한번 되돌아 볼 시기가 온 것 같다. 무엇보다도 먼저 다른 이야기들에 앞서, 혹시 현장학습참여를 망설이고 있을 후배들에게 주저 없이 해외현장학습에 참여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사실 이런저런 이유로 이번 현장학습을 오지 않으려고 했었다. 교수님과의 면담과 주변 선배들의 권유로 결국 리자이나로 오게 되었고, 한국에 남아있었다면 보고, 듣고, 느끼지 못했을 수많은 일들을 생각하면 현장학습을 캐나다로, 리자이나로 오게 된 것은 정말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처음 리자이나로 왔을 땐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기만 했다. 장시간의 비행 끝에 지친 몸을 이끌고 도착한 공항에선 낯선 외국인들이 우릴 맞이했고, 다행히 다음날 아침 공항에서 홈스테이로 짐을 보내주긴 했지만, 처음에 공항에 도착했을 때 캐리어 하나가 도착하지 않아서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정신 없이 며칠을 보낸 후 울산대학교 학생만을 위한 특별 수업인 preparation class 가 시작되었다. 분반은 2개였고 10주간의 정규 ESL에 비하면 많이 간소화된 수업이었지만, 우리가 캐나다에 보다 빨리 적응하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나 캐나다의 화폐, 지역정보, 간단한 역사 등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많이 배웠다. 더군다나 수업 이외에도 각종 야외활동 등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리자이나는 정말 작은 도시라서 갈곳도 별로 없고 겨울은 정말 추워서 나가기가 힘들지만 이런 것들은 공부하러 온 우리에게 정말 큰 장점이다. 처음 한 달간은 날씨도 정말 좋고 울산과는 다르게 깨끗하고 조용하고 너무너무 아름다운 리자이나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었다. 물론, 겨울에는 그림으로만 봐왔던 눈 결정을 볼 수 있다는 것과, 하얀 눈을 원 없이 본다는 것이 신나기도 하지만, 웬만하면 밖에 나가지 않는 것 좋은 것 같다. 말로만 듣던 코털이 어는 느낌을 느끼고야 말았다. ^^; 날씨에 대한 이야기는 뒤로하고, 어쨌건 지금 생각해보면 preparation 기간 동안 적응을 잘 한 덕에 050class에 들어갈 수 있었다는 생각도 든다.
2주간의 preparation 수업을 마치고 placement test를 친 후에 정규 ESL 코스가 시작되었다. 정규 수업을 시작하면서 비교적 느슨했던 preparation class가 그리운 날이 많았다. 예상치 못했던 050class에 들어감과 동시에 나의 피곤한 나날들이 시작되었다. 050class에는 크게 Great debate, Globe and Mail presentation, Video presentation, Group discussion, Macleans’ magazine summary등 그룹이나 개인별로 장기간에 거쳐 준비하고 발표하는 과제들이 많은데 이런 과제들은 정말 나를 힘들게 했다. 보통 050clss에는 030과040을 거쳐서 온 학생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미 비슷한 과제들에 익숙한 아이들을 따라가는 것이 나에겐 버거운 일이었다. 사실 좀더 솔직해져서 지금 생각해 본다면, 반 친구들에게 도움을 받으면서 미리미리 준비했다면 그렇게 어렵지도 않은 과제들이었다. 그러나 나의 못된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캐나다에서도 늘 제출일이 다되어서야 시작을 했기에 새벽3~4시가 되어서야 잘 수 있었던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나고 어느 정도 익숙해 진 후에는 040class에서 공부하는 친구들이 훨씬 많은 과제로 고생하고 있는 것 같았다. 050class에 들어온 것은 정말 나에게 많은 것을 얻게 해 주었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점은 050class에 있는 학생들은 어느 정도 영어 실력이 뛰어난 학생들이기 때문에 의사소통도 원활하고, 배울 점이 참 많다는 것이다. 나는 조금은 늦게 그 친구들과 친해 졌지만 여러 나라에서 온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친해지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었다. 모두들 서로에게 친절하게 대했고, 서로의 나라에 대해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해주기도 했으며,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0주간의 기간 동안 친구 이상으로 서로 의지하고 도와줬다. 나의 처음 목적은 오직 영어공부였지만, 어떻게 보면 이 친구들을 만나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한 것이 나에겐 더 큰 수확으로 느껴진다. 물론 캐나다 친구들을 사귀진 못했지만, 먼저 말했듯이 영어도 나보다 훨씬 잘하는 친구들이어서 그냥 같이 어울리면서도 영어가 많이 느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050class는 다른 분반에 비해서 한국인의 비율이 적으므로 항상 영어를 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ESL수업으로부터 영어실력의 향상 뿐만 아닌 더 소중한 것들을 많이 얻어 갈수 있다는 사실에 정말 기쁘고 감사하다.
나는 한국에서 노트북을 가지고 왔다. 예전에 필리핀에 어학연수를 갔을 때 노트북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느끼는 것이지만, 캐나다에서 나의 베스트프렌드는 노트북이 아니었나 싶다. 많은 ESL선생님들이 항상 강조하듯이 홈스테이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냈어야 했다. 그나마 저녁식사 시간을 포함해서 1~2시간 정도 매일 대화를 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되기는 했지만, 방안에 혼자 들어가서 컴퓨터를 켜놓고 과제를 하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사실 노트북이 있으면 발표를 준비하거나 각종 과제를 준비할 때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학교 도서관 내에도 컴퓨터가 있기 때문에 방과후나 오전에 수업이 없을 때 과제를 하기 위해 컴퓨터가 필요하다면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이야기가 잠시 노트북쪽으로 빠졌는데, 홈스테이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 많다. 처음에 홈스테이에 왔을 때 집도 정말 예뻤고, 학교에서도 거의 제일 가까운 편이라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음식도 가리지 않는 편이라 웬만한 음식은 다 입맛에 맞았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불편한 점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저녁이 푸짐한 편이긴 하지만, 아침에 시리얼이나 토스트를 먹고 점심엔 샌드위치를 싸가는 것은 아직도 적응하기가 힘들다. 내가 지낸 홈스테이에는 할머니 한 분이 계셨는데 먹는걸 잘 챙겨주시는 편이었지만, 양이 너무 적었다. -_-;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이 됐지만, 해외 연수를 오면 늘 음식 때문에 고생하는 학생들이 많은 점을 감안해서, 처음부터 싫어하는 음식과 좋아하는 음식, 그리고 아침은 간단히 먹는다 치더라도 점심은 어느 정도 어떤 종류로 싸가고 싶다는 정도는 예의를 갖춰서 말을 하는 것이 본인에게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지금 일일이 나열하기엔 사소한 일들이지만 여러 가지 일들로부터 정말 큰 culture shock을 느꼈다. 물론 장기간의 연수기간 동안 즐겁고 편안하게만 생활을 하고 가는 학생들도 많지만, 문화의 차이를 느끼고 당시에는 기분이 언짢았지만 나와 다른 것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에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었다. 처음 보는 사람과, 그것도 국적이 다른 사람과 산다는 것이 어찌 쉽기만 하겠는가 처음엔 성격이나 문화적 차이로 인해 혼자 마음고생을 좀 했고 과제와 더불어 홈스테이로부터의 스트레스는 나를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다. 늦게나마 작은 노력으로 먼저 외식을 제안하기도 했고(물론 비싸지 않은 음식이었지만,), 주말에 외출하고 집에 돌아갈 때 자그마한 선물이나 간단한 간식거리 등을 사가기도 했었다. 굳이 뭘 바라고 그랬다기보다 평소에 감사한 마음을 그렇게나마 표현하고 싶었고 결과는 두말할 것도 없이 효과적이었다. 그런 작은 표현이나 배려 하나하나가 서로에 대한 이해를 도왔고 서로를 진심으로 편하고, 그리고 따듯하게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홈스테이 생활을 하면서 조금은 늦게 느낀 것이지만 언제나 생각하고 들어왔듯이, 어떤 환경에서건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는 말은 괜한 말이 아니었다. 얘기를 하다 보니 홈스테이에 대한 이야기가 제일 길어졌는데, 내가 3개월 동안 생활을 하던 곳이라 그런지 정말 할 얘기가 많다. 기회가 된다면 현장학습을 오게 될 후배들을 직접 만나서 이런 저런 얘기들을 많이 해주고 싶다.
늘 그렇듯 새로운 경험 뒤에는 얻는 것이 많은 반면,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다행히 리자이나에 3개월 정도 더 머무르기로 결정했고, 내가 계획한 대로만 열심히 한다면 후회 없이 많은 것을 얻어가리라 믿는다. 앞으로의 3개월이 두렵기도 하지만 너무 기대된다.